행복의 순간 - 비슬산_소재사_대견사_유가사

2022. 4. 19. 21:39여정의끝에서

4.19 혁명의 기념일 날 비슬산 참꽃을 구경 갑니다. 비슬산은 1000미터 고지를 차로 오를 수 있는 몇 되지 않는 산이고 셔틀버스를 운행하니 진달래가 피어날 즈음이면 인신 인해로 몸살을 앓습니다. 부산에서 대중교통으로 가려면 현풍까지 시외버스(첫차 10:30)를 타고 가서 시내버스보다 택시(일괄 요금 만원)를 이용하면 오전 열두 시 전후에 셔틀 승강장에 도착합니다. 셔틀버스로 군락지 부근까지 오르면 20분 정도 소요됩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셔틀 버스 승강장에 도착하니 승차권 구입하기 위해 줄 서기만 30분 허비합니다. 셔틀 승차권을 구입하려니 마감되고 오후 4:30분 전기차 표만 남았다고 합니다. 헐 4시간 기다리느니 걸어 올라가는 것이 훨씬 빠릅니다. 

 

산 오른다는 마음의 준비도 하지 않았는 데, 보통이면 포기하겠지만 보여 줘야 된다는 의무감으로 1000미터 고지를 오르기로 결정합니다.  

 

휴양림입구 꽃보다 더 예쁜 사월의 연초록 이파리들이 환영인사를 합니다

  

 

재앙을 태워 버린다는 의미의 소재사를 지나 

 

빛나는 초록의 바다로 들어갑니다.  산행을 할 때는 몸의 상태를 오르기에 적당한 상태로 만들기 위해 워밍업이 필요한 데 처음 삼십여 분동 안은 가능한 한 천천히 올라야 됩니다. 젊을 때는 곧바로 전환되었지만 고희를 향하는 요즘은 시간이 꽤나 소요되고 많이 힘듭니다. 오늘은 마음의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아 더 오래 걸리는 것 같습니다 

 

 

멋진 초록 정장 차려입은 숙녀도 지나고

 

갈림길에서 너덜 옆을 따라 올라갑니다. 남한에서 너덜로 유명한 곳은 설악 황철봉, 이 곳 비슬산, 만어산 어산 불영이 많이 알려져 있지만 너덜의 규모나 깨끗함이 빼어난 부산의 장산도 빼놓을 수는 없습니다.   

 

유달리 색이 진한 생강나무가 인사를 하지만 힘이 많이 들어 받는 둥 마는 둥 오르기에 바쁩니다 

  

대견사 앞까지 이어진 너덜 ... 몇 년 전이라면 선배와 함께 이 너덜로 올랐을 텐 데... 조금은 아쉽습니다. 너덜은 특별히 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오르기 편한 코스로 오르는 것이라 상당한 묘미가 있습니다

  

멀리 대견사지 삼층석탑이 보입니다. 탑이라는 것이 종교적으로 의미 이외에도 산쟁이들에게도 어떤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왠지 모르게 안부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안도감 같은 것을 주는 것 같습니다,  

 

길섶에서 개별꽃과 인사하고 대견사 입구에 도착합니다. 몇년전 음수대가 있던 곳의 물이 말라 버렸습니다.  예전 친구들과 예전의 대견사가 폐사된 이유에 대해 물이 없어 폐사된 것이라고 얘기들 하다가, 또 몇 년 전에는 음수대에서 물이 나오는 것을 보고 아래에서 부터 물을 끌어 올리나? 하다가 오늘 보니 다시 물이 말랐습니다.  주거의 조건에 가장 중요한 물이 없다면 의지와 노력으로 가능은 하겠지만 오래가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부처바위와 삼층탑과 대견사 

 

멀리 조화봉쪽 기상레이더

 

레이더 앞의 톱바위

 

 

 

 

 

조화봉 방향의 주변 풍광 

 

대견봉 방향의 주변 풍광

  

 

부처의 상징적인 표현인 모양입니다

  

  

주변 기암괴석들  

작은 기도처 석굴 

  

탑이 서 있는 자리가 벼랑 끝이라 경주 용장골 삼층석탑처럼 길 아랫 편에서도 잘 보입니다. 

 

 

진달래 군락지 넘어 천왕봉

 

만개한 진달래를 즐기며 대견봉을 향합니다

 

 

가운데 봉우리는 월광봉

 

꽃밭 속의 정자라! 운치가 있습니다

 

뒤돌아 보는 풍경

 

이쪽 사면의 진달래색은 조금 진하게 보입니다

  

바위와 잘 어울리는 꽃은 진달래만한 꽃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하얀 암릉에 한 두 송이씩 진홍색을 피워 올리면  그만큼 기억에 남는 풍광도 없습니다. 

  

조화봉으로 이어진 대견사 뒷편 능선

 

대견봉에 도착합니다.  예전 기억으로는 이곳이 천왕봉이었는 데 실측을 통해 지금의 도성암 위쪽으로 천왕봉 자리로 옮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연휴양림쪽으로 내려가는 암릉길... 시간은 단축되지만 꽤나 힘듭니다

 

멀리 바라보이는 곳이 하산할 유가사쪽 입니다. 

 

 

강이 가로지르는 곳은 화원 유원지쪽 같습니다

 

진달래와 눈 맞추며 유가사로 향합니다

 

 

대견봉쪽 암릉들도 바라보고

  

처음 시작했던 셔틀 승강장도 바라봅니다.  인파가 많이 몰릴 것을 대비해 증차를 하던 지 하는 대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규칙을 정해 두고 따르라고 하기보다는 시민을 위한 봉사자세가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구름이 많아집니다.  

 

잔너덜의 가파른 내리막길

  

순한 흙길이 반복됩니다 

 

다시 초록의 물결이 시작되고  

 

 

잔 너덜이 다시 한번 괴롭힙니다

 

허공을 유영하는 초록 물고기 같은 풍경  

 

산벚이 떨어진 쌍계천 개울에서 탁족을 하고 나니 피로가 많이 풀립니다

  

초록의 바다로 빠져 듭니다

  

 

유가사 뒤편에는 시비가 많이 세워져 있고, 신규로 조성 중인 것도 보입니다

 

도통 바위와 뒤편의 천왕봉, 오른쪽 병풍바위 

 

유가사,

비슬산의 바위들이 옥같이 아름다운 부처의 형상이라 이름 지었다고 합니다.  

 

앵두

 

 

병꽃

 

산문을 나와 

 

뒤돌아 보고 

 

노산객의 쓸쓸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여정을 마칩니다 

 

 

 

행복의 순간

 

 

행복의 순간들은

어느 날 눈뜨면 피어있는 봄꽃들처럼

갑자기 찾아온다.

 

어디론가 향하는 한적한 버스를 타고
느긋하게 앉아 차창으로 스쳐 지나갈
새로운 곳을 상상하며 안도감을 느낄 때

 

뒤범벅된 땀, 거친 숨 몰아쉬며
멀지 않은 정상 바라보이는 안부에 올라
더 이상 오르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을 느낄 때

  

어렴풋이 보이는 끝자락에 서서
빛나던 희망과 힘든 세월을 모두 보내고
일상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때